붉은여우를 소개하는 작은 이름표에 Vulpes vulpes라고 적었습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은 붉은여우(Red Fox)를 이 학명으로 소개합니다.1 같은 철자가 반복돼 인쇄 실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앞의 단어와 뒤의 단어가 맡은 자리는 다릅니다.
학명 표기 연습용으로 이름표를 만들고, 두 단어 아래에 각각의 역할을 붙였습니다.
앞의 Vulpes는 속명입니다. 뒤의 vulpes는 종소명으로, 그 속 안에서 종을 구별하는 이름의 두 번째 요소예요. 종의 학명 전체를 쓸 때는 이 둘을 합쳐 Vulpes vulpes라고 합니다. 국제동물명명규약 제5.1조는 종의 학명을 속명과 그다음 이름의 조합으로 정합니다.2
따라서 이름표의 ‘학명’ 칸에 뒤의 vulpes만 남기면 전체 이름을 다 쓴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앞의 Vulpes만 적으면 속의 이름이 남습니다. ‘속명+종소명’이라는 식을 읽을 때 종소명 하나를 완성된 종의 학명과 같다고 놓지 않는 이유예요.2
같은 철자가 두 번 쓰인 것 자체는 지워야 할 오류가 아닙니다. 동물명명규약은 Bison bison처럼 같은 말이 속명과 종소명에 반복된다는 이유로 이름을 배척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3 붉은여우 이름표의 두 단어도 한 번만 적는 식으로 줄이지 않습니다.
첫 글자와 기울기를 맞춥니다
이름표에서 앞 단어 첫 글자는 대문자 V, 뒤 단어 첫 글자는 소문자 v입니다. 두 단어를 모두 영어 제목처럼 대문자로 시작하는 ‘Vulpes Vulpes’로 쓰면 동물 학명의 대소문자 표기와 맞지 않습니다. 규약 제28조는 속군 이름의 첫 글자를 대문자로, 종군 이름의 첫 글자를 소문자로 쓰도록 합니다.4
서체는 두 단어를 함께 이탤릭체로 골랐습니다. 학명을 주변 본문과 다른 서체로 구별하는 관례이며, 보통 이탤릭체를 사용합니다. ICZN의 설명은 이를 권장하지만 반드시 이탤릭체여야 하는 의무 사항은 아니라고 구별합니다.5 기울기가 없는 글자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그 동물 이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지는 않아요.
처음 보여주는 작은 이름표에는 속명도 온전히 적겠습니다. 같은 글에서 이미 전체 이름을 소개했고 혼동이 없다면 나중에 V. vulpes처럼 속명을 줄여 쓸 수 있지만, 이 이름표만 따로 보는 독자는 V가 무엇의 약자인지 아직 모릅니다. ICZN도 처음에는 전체를 쓰고 이후 혼동이 없을 때 줄여 쓰는 방식을 안내합니다.6
세 단어인 여우 이름을 만났다면
국내 여우 자료를 찾다 보면 Vulpes vulpes peculiosa라는 세 단어를 만나기도 합니다. 국립생태원의 멸종위기종 정보도 이 이름을 표시합니다.7 이를 두 단어 규칙에 어긋난 오타로 고치지는 않습니다. 종보다 아래인 아종의 학명은 두 단어 뒤에 아종명을 덧붙인 세 이름의 조합을 쓰기 때문입니다.2
영국 자연사박물관 자료의 종 단위 이름과 국내 자료가 제시한 아종 단위 이름을 같은 길이로 억지로 맞추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단위를 소개하는 이름표인지 먼저 정해야 남길 단어도 정해집니다. 이번 연습은 붉은여우라는 종의 이름을 적는 것이므로 두 단어 전체를 사용합니다.
완성한 이름표는 아래처럼 놓을 수 있습니다. 붉은여우와 Red Fox는 독자를 위한 일반 이름이고, 이탤릭체 두 단어가 여기서 소개하는 종의 학명입니다. 일반 이름을 함께 쓰더라도 학명의 한 단어를 대신하는 것은 아닙니다.12
붉은여우 · Red Fox
Vulpes vulpes
Foot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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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자연사박물관 — The secret life of urban foxes의 도입에서 red fox를 Vulpes vulpes로 소개한 부분을 사용했습니다. 외형이나 국내 개체의 아종을 이 이름표로 판별한 것은 아닙니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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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동물명명규약 제5조의 5.1은 종의 학명을 앞의 generic name과 뒤의 specific name 조합으로, 5.2는 아종의 학명을 세 이름의 조합으로 설명합니다. 본문에서는 두 번째 요소를 종소명이라고 불렀습니다. ↩ ↩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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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동물명명규약 제18조는 tautonymy가 이름의 적격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Bison bison 등을 예로 듭니다. 이 동물 규약의 설명을 식물 명명규약의 원칙으로 확대하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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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동물명명규약 제28조의 속군·종군 첫 글자 규정을 사용했습니다. 본문 ‘Vulpes Vulpes’는 표기 차이를 보이려고 만든 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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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ZN 자주 묻는 질문의 ‘Should all names be written in italics?’는 이탤릭체나 다른 대조 서체를 관례로 설명하고, 권장되지만 의무는 아님을 명시합니다. 규약 부록 B6을 가리키는 설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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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ZN 자주 묻는 질문의 ‘Can names be shortened to save space?’에서 첫 언급의 전체 표기, 혼동 없는 후속 언급의 속명 축약을 확인했습니다. 이름표에 전체를 남기는 것은 독자를 고려한 이 글의 편집 선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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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 — 멸종위기 야생생물 여우의 학명 표시에 Vulpes vulpes peculiosa가 제시됩니다. 본문은 세 단어를 읽는 맥락에만 사용했으며, 최신 개체수나 법정 지정 현황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