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과 산직을 따지지 않고 저마다 등급에 따라 토지를 받는다.
우리역사넷의 「과전법의 시행」에 실린 사료 번역 일부입니다.1 ‘토지를 받는다’는 말만 떼어 읽으면 관료에게 농민의 토지 소유권을 넘긴 제도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러나 해설은 수조권의 분급과 토지의 소유·경작 관계를 구별합니다.
대동법 설명에도 토지가 나옵니다. 이번에는 공물 부담을 토지 결수에 따라 정하는 기준으로 쓰여요.2 두 제도를 모두 ‘토지에 관한 법’으로만 묶어 외우면, 사료에서 토지가 맡는 역할을 놓치게 됩니다.
과전법에서 관료가 받는 것은 무엇일까요?
과전법은 1391년 고려 공양왕 때 시행된 토지 제도입니다.1 조선의 경제 제도 단원에서 자주 접한다고 조선 건국 뒤에 처음 만든 제도로 읽지는 않아야 합니다.
사료의 관료 등급과 토지 지급 설명은 관료의 경제적 기반과 연결됩니다. 하지만 수조권을 받는다는 것과 땅의 소유자가 된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수조권은 그 토지에서 조를 거둘 권리의 관계를, 소유권은 토지 자체의 귀속과 처분 관계를 말해요.1
‘관료에게 토지를 분급했다’는 짧은 필기를 다시 읽는다면 옆에 수조권이라는 말을 남겨둘 이유가 있습니다. 이 단어가 빠지면 사료의 전주와 전객을 모두 현대의 한 명짜리 토지 소유자로 생각하기 쉬워요.
수조권자가 등장해도 그 땅을 경작하는 농민의 관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역사넷의 해설은 현실의 토지 소유를 바탕으로 전개된 관계와 법에 따른 수조권 행사를 함께 설명합니다.1 문장 안에서 누가 소유하고, 누가 경작하고, 누가 조를 거두는지 따로 읽어야 해요.
‘현직 관료에게만 지급했다’는 설명도 처음의 인용문과 맞지 않습니다. 사료에는 현직과 산직을 따지지 않는다고 되어 있었어요. 과전법 이후 직전법의 지급 대상 변화와 원래 과전법의 대상을 혼동하면 같은 관료·토지 단서가 있어도 답이 달라집니다.1
대동법은 공물의 부담과 조달을 바꿉니다
대동법 사료와 해설에는 특산물 공납, 방납, 미곡 수취가 이어집니다. 지역에 배정된 공물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과 이를 대신 납부하면서 생기는 부담이 개혁의 배경으로 설명돼요.2
1608년 경기에 시작한 대동법은 공물을 쌀로 거두는 방식으로 바꾸는 흐름에 놓입니다.2 토지 결수는 이 부담을 부과할 기준으로 등장합니다. 과전법처럼 관료 등급에 따라 수조권을 나누는 문장과는 동사와 대상이 달랐어요.
대동법으로 공납 방식이 바뀌었다고 전세·역을 포함한 모든 부담이 같은 제도로 통합되었다고 쓰면 범위를 넓힌 것입니다. 또 모든 지역에서 같은 시점에 같은 납부 방식이 정착한 것도 아니에요. 해설에는 확대 시행과 일부 지역의 중단·재시행이 함께 나옵니다.2
공인도 이 변화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공인은 관청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구매해 조달하는 역할을 맡았어요.2 농민이 직접 특산물을 준비하던 과정과 정부가 필요한 물자를 얻는 과정 사이의 관계가 달라진 것입니다.
‘쌀’이라는 단어 하나로 대동법이라고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전세에서도 곡물을 거둘 수 있으니까요. 공물 부담을 무엇에 따라 정하고 필요한 물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가 이어져야 이 제도의 설명이 됩니다.
“토지에 따라 받는다”라는 보기를 읽을 때
주어와 목적어를 바꿔볼게요. 아래 문장들은 사료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 아니라 두 관계를 구별하려고 적은 보기입니다.
관품에 따라 관료에게 토지의 수조권을 지급하였다.
여기에는 관료의 등급과 지급할 권리가 있습니다. 앞의 과전법 사료를 읽는 방향과 연결돼요.
공물 부담을 토지 결수에 따라 부과하였다.
여기에는 관료에게 줄 토지가 없습니다. 부담을 정하는 기준으로 토지가 쓰였습니다. 대동법 설명과 이어지는 관계예요.
둘을 모두 ‘토지와 세금’이라는 단어로만 요약하면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지급받는 권리를 묻는 문장과 납부할 부담을 묻는 문장은 교환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