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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직지』에 적힌 흥덕사

『직지』의 끝에는 책을 찍은 절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흥덕사’입니다. 인쇄 장소의 이름을 책에서 읽을 수 있었지만, 그 절이 정확히 어디에 있었는지는 훨씬 뒤 발굴을 통해 밝혀졌습니다.1 책의 간행 기록에서 출발해, 절터에서 나온 물건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먼저 지금 읽는 책이 어떤 것인지 짚을게요. 『직지』는 상·하 두 권으로 구성된 불교 서적입니다. 흥덕사에서 간행된 금속활자본은 현재 상권이 전하지 않고 하권 한 책이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남아 있습니다.2 그 하권도 첫 장이 빠져 있어, 원래 책 전체가 고스란히 보존됐다는 뜻은 아닙니다.3

책이 전하는 장소

하권의 책끝에 적힌 간행 기록을 간기라고 부릅니다. 직지글로벌의 간기 사진과 해설을 열면 왼쪽 부분에 인쇄 일시와 장소, 방법이 이어진 글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그 부분을 읽기 편하게 끊어 옮긴 것입니다. 원래 인쇄된 줄의 배치를 재현한 것은 아닙니다.4

宣光七年丁巳七月日 / 淸州牧外興德寺 / 鑄字印施

앞부분은 선광 7년 정사년 7월이라는 시기, 가운데는 청주목 밖의 흥덕사라는 장소, 끝부분은 주자로 찍어 나누었다는 인쇄·배포의 기록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선광 7년은 1377년, 고려 우왕 3년에 해당합니다.4 원문에는 연도와 월이 있지만, ‘七月日’의 日 앞에 며칠인지를 나타내는 숫자가 붙어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 문구만 보고 특정한 날짜를 보태 읽지는 않습니다.

‘淸州牧外’를 빼고 ‘興德寺’만 읽으면 청주목 바깥에 있었다는 위치 정보가 줄어듭니다. 반대로 지명에만 눈길을 두면 금속활자로 찍었다는 ‘鑄字’의 기록을 놓치게 돼요. 한 간기에 시간과 장소, 인쇄 방식이 함께 남아 있는 것입니다.4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이 책을 현재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설명합니다.5 이 설명의 ‘남아 있는 책’이라는 범위를 지켜 읽어야 합니다. 1377년 간행 기록이 있다는 사실을 곧바로 ‘그해에 금속활자가 처음 발명됐다’는 문장으로 바꿀 수는 없어요. 간기가 직접 전하는 것은 이 책을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찍었는지입니다.

이름을 모른 채 시작한 발굴

국가기록원은 『직지』에 관심이 높아진 뒤에도 흥덕사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책에 절 이름은 있었지만 땅 위의 어느 자리인지 이어 붙일 근거가 부족했던 셈입니다.1

운천동 일대의 택지개발사업을 계기로 발굴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조사단은 운천동사지와 별개로 현재 고인쇄박물관 인근에서도 초석과 고려시대 기와·치미 조각 등을 찾아 또 다른 절터를 확인했습니다. 당시에는 사찰명을 몰라 옛 지명을 따라 ‘연당리사지’라고 불렀고, 1985년 3월 긴급 발굴을 진행했습니다.6

절터가 있다는 것과 그 절터가 흥덕사라는 것은 다른 단계의 판단입니다. 건물 자취나 기와가 나왔다고 곧바로 『직지』의 인쇄 장소라는 이름표를 달 수는 없었어요. 그해 10월, 절의 동쪽 구역에서 이름이 새겨진 청동 금고 조각이 발견됐습니다.6

여기서 금고는 물건을 잠가 두는 금고(金庫)가 아닙니다. 불교 의식에 사용하는 금고(金鼓)로, 발견된 것은 몸체 전체가 아니라 옆면의 일부였습니다.7 그 조각에는 ‘서원부 흥덕사(西原府 興德寺)’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국가기록원은 이런 명문이 절 이름을 입증하고 책의 인쇄 장소를 확인하는 근거가 됐다고 설명합니다.1

책에서는 ‘청주목 밖 흥덕사’를 읽고, 땅에서 나온 금속 조각에서는 ‘서원부 흥덕사’를 읽습니다. 두 물건이 동일한 문장을 반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의 간기는 인쇄 장소를 남겼고, 발굴된 물건의 명문은 그 자리의 절 이름을 확인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1

간기 사진을 볼 때는 끝의 ‘興德寺’를, 금고 조각의 명문 사진에서는 ‘西原府’ 뒤의 ‘興德寺’를 찾아보세요. 낡은 종이와 깨진 금속은 모습도 쓰임도 다릅니다. 한쪽에 남은 인쇄 장소의 이름을 다른 쪽의 발굴 위치와 연결할 때, 책끝의 흥덕사는 청주의 그 절터로 자리를 잡습니다.

Footnotes

  1. 국가기록원 — 직지와 흥덕사지의 ‘흥덕사 발굴’은 위치를 모르던 상태에서 발굴된 명문으로 절 이름을 확인하고, 책의 간행 기록과 연결해 인쇄 장소를 확인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금구 조각과 청동불발 뚜껑을 함께 제시하며, 본문은 그중 금구의 명문을 따라 읽었습니다. ↩ ↩2 ↩3 ↩4

  2. 직지글로벌 — 직지의 구성의 ‘직지의 체제와 내용’은 상·하 두 권의 체제와 현재 금속활자본 하권 한 책의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을 설명합니다. 목판본이나 현대 복원본까지 상권이 없다는 뜻으로 확대하지 않았습니다. ↩

  3. BnF Essentiels — 직지 금속활자본의 표지는 현재 소장본이 첫 장 없이 folio 2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합니다. 표지 제작 경위에 관한 그 페이지의 추정까지 확정 사실로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

  4. 직지글로벌 — 흥덕사의 ‘흥덕사지의 발견’ 첫 문단과 간기 사진에서 원문, 선광 7년=1377년(우왕 3년), 청주목 밖 흥덕사, 금속활자 인쇄를 확인했습니다. 인용문의 구분선과 풀이 문장은 이 글에서 넣었습니다. ↩ ↩2 ↩3

  5. 프랑스국립도서관 — Jikji, a treasure of the world of printing의 도입은 oldest known이라는 범위로 금속활자 인쇄본의 가치를 설명합니다. ‘What is Jikji?’는 소장본이 하권이며 다른 목판본도 전함을 구별합니다. ↩

  6. 직지글로벌 — 흥덕사의 ‘흥덕사지의 발견’ 중 운천동과 인근 절터 조사, 연당리사지라는 임시 이름, 1985년 3월 발굴과 10월 금고 조각 발견 대목을 사용했습니다. 이 글에서 직접 발굴 기록 원장을 조사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 ↩2

  7. 국가유산포털 — 청주 흥덕사지 안내판은 이름이 새겨진 금구와 청동 북의 기능을 설명합니다. 직지글로벌 — 흥덕사의 발견 문단과 명문 사진에서는 옆면 일부라는 상태와 ‘서원부 흥덕사’를 확인했습니다. ↩